우연히 알게된 친구의 초등학교 동창과 함께 가서 본 영화였는데, 신촌 주변의 극장을 다 훑어서 이화예술극장이라는 2류(그녀는 3류라고 했다) 극장에서 겨우 표를 구할 수 있었다.
영화는 꽤 재미있었다. 무엇보다도 우리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상과는 벙 떠있는 배경 - 소품, 특히 자개장이 있는 안방에서 상펴고 TV보며 밥먹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 이 이제는 리얼한 사실성으로 대치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다. - 이것에 비하면 방송국 드라마 세트는 아직 멀었다. 너무나 뻔한 세트. -
내러티브는 사실 뻔했고, 이것을 어떻게 긴장/재미를 유지하면서 이끄느냐가 관건이었는데, - 하긴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지만 - 나름대로 그다지 유치하지 않게 잘 이끈 것 같다. 그래도 마지막의 그 회상씬은 사족이었다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여자인 일행이 과연 나 처럼 재미있게 봤었을지는.. 남자취향이었으니까..
너무나 시간이 없어서 부랴부랴 만나서 부랴부랴 헤어진 만남이었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의 필요를 다시 느낀 그런 만남이었다.
2001.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