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끝나갈 무렵 우나기를 빌려보았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다. 한 남자가 부정한 아내를 살해한 후에 7, 8년간의 수감 생활 끝에 모범수로 가석방된다. 그는 우나기(장어) 한 마리를 들고 시골로 내려가 이발소를 경영한다. 여기서 그는 자신이 죽인 아내와 닮은 한 여인과 알게되고 또 동네 사람들과 알고 지내게 되면서 인간에 대한 불신을 극복한다.
우선 이 영화는 아름다운 미쟝센을 자랑한다. 충분히 정적이고 또한 충분히 서정적이다. 보다 기술적인 서술은 내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는 문제니 그만 언급하기로 한다.
...그러면 왜 우나기인가? 이것은 영화 내내 머리속을 맴돈 질문이지만, 지금까지도 왜 우나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끝의 우나기의 귀향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은 되지만, 연어도 마찬가지로 회귀하지 않는가? 아마 작가로선 단지 상징적 소재가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나기의 의미가 불분명하기는 하지만,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런 것 같다. ..삶이란 서로 부딪기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타인을 마주보지 않고 사는 삶은 불행할 뿐이다...
해서 믿었던 아내에 대한 불신에 인간을 멀리하고 우나기를 벗하며 지낸 주인공은, 결국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또 마지막에는 우나기와 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 편지. 아내가 보낸 것은 아닐까?
199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