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1번, 고금 최고의 1번이라 불리울 정도로 멋진 곡입니다. 음반도 상당히 많은데, 제 나름대로 좋았던 음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가난한 프롤레타리아인지라, 무턱데고 음반을 사지는 못하고, 여러 사람들이 좋다고 한 음반을 주로 구입하는 입장어서 음반을 구입 하시는데 어느 정도 참고하실 수는 있으실 겁니다. 좀 허잡하지만.
먼저 아래도 추천이 나온 아바도의 1번(DG, 93년?)) 그의 말러는 깨끗한 선과 완급조절이 뛰어나고 정연한 해석이라는 공통된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번스타인의 "스스로 탐닉된 듯 도취적인 연주"와는 사뭇 다르죠. 물론 이 번스타인의 1번(DG) 역시 많은 분들이 베스트로 꼽는 것이고, 저 역시 번스타인의 연주와 아바도의 연주 중 어느 것이 더 좋은 연주인가..라는 판단은 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리고 불레즈의 최신 반 역시 아주 매력적입니다. 비록 그의 말러 해석이 6번의 그 열광적인 반응 이후 점점 그 폭발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이건 마케팅의 문제이기도 하겠죠), 7번은 몰라도 5번, 1번은 상당히 좋은 연주임에 틀림없습니다. 아바도의 방식의 극단을 간 연주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 합니다. (이 음반을 시간 상 자세히 듣지는 못 해서 대략적인 느낌 정도 밖에는 말 할 수가 없네요)
그리고 제가 처음 들은 1번인 오자와/보스턴 필의 DG 반도 4악장의 그 파괴력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들을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비해서 필립스반은 기분탓인지는 몰라도 좀 힘이 딸리는 듯. 이 DG반은 꼭 CD화 되어야할 음반입니다(일본에서는 나왔던데).
역사적 음반이라면 우선 발터의 1번을 꼽을 수 있습니다(SONY). 아쉽게도 아직 들어보지 못했는데, 1,2번 모두 상당히 좋은 연주로 꼽히는 이상 사서 들어볼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명연으로는 호렌슈타인의 1번도 상당히 좋은 연주이며, 어떤 면으로는 아바도의 것도 능가한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추천은 될 수 가 없겠군요(LSO/Unicorn). 왜냐하면, 옛날식의 낭만주의적 해석이기 때문에요.
아..생각나는 김에 곡에 대한 제 나름의 생각을 더 말씀드리죠(여기가 질문과 답 코너라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는 중 -.-). 어떤 분은(제 룸메이트 포함 -.- ) 말러의 음악이 촌스럽고, 후까시가 강하다고도 합니다. 맞는 말인 것도 같습니다.
일단 그 촌스러운 느낌을 주는 5도 화음도 그렇고, 일부러 그랬겠지만 그 과격한 오케스트레이션도 그렇고...하지만, 시대가 그랬음을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더는 베토벤처럼 인간정신의 위대성을, 인류의 형제애를 노래하기엔 인간들이 너무나 많이 나간 것이죠.
실러의 시 환희에 부침을 읽으면서 베토벤이 느꼈을 그 감동을 느끼는 현대인은 아마 없을 겁니다. 제가 그 시를 읽으면서 바보스럽다는 생각을 안 하는 것은 오직 베토벤의 음악이 있기 때문인데...다른 분들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아무튼 그렇게 나아간 인간들 틈에서 순수를 노래하는 것은 시대착오일 겁니다.
즉, 베토벤이 땅을 딛고 하늘을 바라보며 천상을 노래했다면, 말러는 진흙탕 속에서 땅의 인간을 향해서 세속의 삶을 노래한 것이죠. 이는 베르크가 룰루나 보체크에서 어떤 소재를 사용했는가를 생각해보면 더 분명해 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주지하시다시피 베르크는 말러의 정신적 후계자와 같은 위치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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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후기
발터의 음반은 이후 구입해서 들어보았습니다. 그의 말러는 분명 훌륭하지만, 시대 탓인지 편성탓인지 그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마치 21세기의 우리가 18세기의 파우스트를 읽고 감탄은 하지만 우리의 이야기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과 같은 그런 기분. 모르겠네요. 이런 말을 하는 저도 얼마 전까지는 어딘지 탐탁치 못하게 여기던 그의 2번을 듣다가 문득 감동 먹은 것이 불과 며칠 전이니까요. -_-;;
불레즈의 경우는 이 후에 몇 번 곰곰히 들어보았는데, 아무래도 아바도의 것이 더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주에 자체에 대한 코멘트는 생략하죠. 불레즈의 말러는 사이클이 완성되면 전곡을 한 번 곰곰히 들어보고 싶습니다.
1999. 6. 12 & 2001. 7.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