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Alban Berg, Violin concerto.
언젠가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콧노래로 부를 날이 올 것이라는 베버른의 장담과는 달리 신비인악파의 음악은 여전히 소수만이 향유할 수 있는 음악으로 남아있다. 하긴, 이런 사실이 그리 아쉬울 건 없다. 음반을 구하기가 힘들어서 말러와 브루크너의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연주가를 따질 수조차 없었던 예전의 음반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차피 고전음악은 소수를 위한 것.
이곡은 내가 베르크를 필두로 신비인악파의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준 곡이다. 이 곡을 들을 당시 나는 카세트 테이프를 통해서 고전음악을 들었었는데, 우연히 라디오에서 바르토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나서 바르토크의 음악이 담긴 테이프를 샀었다. 정경화와 솔티가 연주한 바르토크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베르크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담긴 데카반이었다. 이 테이프를 반복해서 들으면서 바르토크보다는 베르크의 곡에 더 호감이 갔었고, 그 이후로 베르크의 음악을 찾아 헤매게 된 것이다.
이 곡은 두 악장으로 되어있는데, 형식적으로는 상당히 자유롭다. 또한 베르크 특유의 모던한 미감과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곡 전체에 걸쳐서 교묘하게 섞여있기도 하다. 인상적인 부분으로는 1악장 초반으로, 바이올린의 4현음을 오케스트라와 독주자가 순차적으로 들려준 후에 이를 점점 확대시켜나간다. 또한 2악장 초반도 바이올린의 앙칼진 리듬이 상당히 흥미롭고,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라할 수 있는 2악장 종반의 루터파 코랄 인용은 이곡의 백미다(이 코랄은 바흐의 칸타타 60번의 종곡 코랄이기도 하다).
내가 들어 본 연주는 정경화/솔티의 것과 무터/레바인의 것, 그리고 실황연주로는 독일 청소년 관현악단이 한 현대음악제에서 연주한 라디오방송이 있다. 정경화의 것이 경질의 집중력 높은 연주라면 무터의 것은 좀 더 아늑하고 따사롭다. 1악장의 도입부를 들으면 그 아티큘레이션의 차이가 상당히 흥미로운데, 아쉽게도 악보를 구하지 못해서 이러한 차이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을 내려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실황 녹음은 지금도 집에 테입으로 있기는 하지만, 열악한 음질과 연주상의 몇몇 난점으로 인해서 잘 듣지 않은지라 무어라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Berg를 연주하는 Jugend라, 정말 멋지지 않은가?
꼭 들어보고 싶은 연주로는 베버른이 지휘한 테스트먼트반이다. 이 음반은 언젠가는 반드시 사야할 의무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 클래식 시리즈로 나온 셰링반은 매혹적인 커플링과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혹하지만, 곡의 연주만으로는 두 아줌마들의 센스를 못 따른다고 하는데...아직 못 들어봤으니 무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몇 곡 없는 연주 다 사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끝으로 이 곡은 베르크가 알마 말러의 재혼 후의 딸이 요절했을 때, 그녀의 죽음에 대한 일종의 진혼가로써 쓴 곡이라고 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곡은 정말 아름답다.
2000.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