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 일가는 오스트리아의 성공한 제철업자 집안으로 부모 모두 음악적으로 상당히 조예가 깊어서 그 집에는 브람스 등 당대의 유명한 음악가들이 오갔다고 한다. 그런 환경 덕분에 막내였던 후에 철학자가 된 아들 Ludwig는 클라리넷을 연주할 줄 알았고, 형 Paul은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일가는 가족 구성원 대부분이 자살로 생을 마쳤으며 - 8남매 중 5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 Ludwig의 경우도 사실 행복한 삶을 살지는 못했다. Paul과 Ludwig는 모두 1차 세계대전에 참전을 했는데, Ludwig는 포로가 되어서 결국 이탈리아의 한 포로수용소에서 그 유명한 Tractatus Logico-Philosophicus를 완성했고, 피아니스트인 형 Paul은 전쟁으로 인해 오른팔을 잃고 만다.

1919년 그들의 아버지가 사망한 후(이 역시 자살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들의 유산에 대한 반응은 서로 달랐다. 동생인 Ludwig가 모든 유산을 포기한 반면 형은 그 유산을 받아들였으니까. 아마 이건 그의 오른손이 큰 요인이었을 것이라고 추측을 해본다. 자신이 철학에서 할 일은 논고로서 모두 끝이났다고 생각한 Ludwig는 캠브리지 교수직을 마다하고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서 시골에서 조용히 살았지만 결국은 다른 교사, 마을사람들과의 갈등을 이기지 못하고 교사직을 그만두고 정원사가 되기도 했다. 또 한 사람의 살아있는 누이로부터 빈에 저택을 건축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한동안 건축가로서 일하기도 했다. Ludwig에게 이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는 젊은 시절 베를린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한 후에 런던에서 항공학 연구소에 들어가 대기권 상층부에서 연을 날리는 실험을 하기도 하고, 또 비행기 제트 엔진 개발의 초기 역사에 참여한 인물 중 하나일 정도로 공학에 대한 조예가 깊었기 때문이다(사실 그는 공학을 통해 수학을, 수학을 통해 철학을 알게 된 사람이었다).

이 시기 형 Paul은 손을 잃었음에도 연주를 하고 싶어했고, 그 결과 당시의 유명한 작곡가들에게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의뢰한다(여기에 그의 재산은 상당한 도움이 되었음음 자명하다). 그 결과 생겨난 곡 중 성공적인 곡으로 남아 있는 것이 라벨의 왼손을 위한 협주곡과 프로코피에프의 4번 협주곡이다. 특히 라벨의 경우는 그의 최고 걸작 중 한곡으로 인정된 만큼 멋진 곡을 남겼는데, 잘 모르는 이가 그 곡을 듣는 다면 사실 왼손만으로 연주했다는 사실을 믿기는 힘들 정도이다.

Ludwig는 후에 교사 생활을 토대로 "탐구" 시기로 불리기도 하는 후기 사상을 펼쳐나갔고 결국 1939년 캠브리지에서 교수직을 맡기도 하지만, 2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다시 대학을 떠나 병원 직원으로 일하기도 하고, 생물실험실 보조원으로도 일했다. 나중에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기도 했지만, 그의 완고함은 그가 교수로서 오래 지내기는 힘들게 했고, 결국 1947년 이후 모든 사회적 활동을 마치고 "철학적 탐구"를 집필하는데에만 전념한다. 그는 1949년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나 그 사실 때문에 괴로워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살고 싶은 소망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죽기 전까지 "철학적 탐구"의 완성을 위해서 노력했다.

형 Paul의 생에 대해서는 자료를 구하기가 쉽지가 않다. (Ludwig의 생애에 대해서는 N. A. Malcolm의 글을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2000.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