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리보위츠를 위한 찬송.
지난 일요일 학교에 오기 위해서 터미널에 갔다. 그런데, 연휴 때문인지
터미널은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고, 오랬동안 줄을 선 끝에
산 유성행 차표는 가장 빠른 것이 두 시간 후의 것이었다.
그래서 시간도 죽일 겸 아래층에 있는 영풍문고 인천점에 갔다.
서점에서 책들을 뒤적이다가 눈에 띤 책이 바로 리보위츠를 위한 찬송이다. 아라에 올라온 글을 보고 보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고, 또 시공 그리폰 문고가 2권 빼고는 모두 초판도 다 못 팔았다는 이야기에 충격을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약간의 망설임 끝에 사게 된 것이다.
요즈음 읽고 있는데, 아직 독자를 빨아들이는 힘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 아무튼 2권이나 제 때 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_-;;
제 목: >>1: 리보위츠를 위한 찬송.
2권 나왔음. (나온지 한달도 넘었다나 -.-)
여튼 한국 번역의 질이라는 것에 대해서 참 많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
라틴어를 번역을 했다가 안 했다가 해서, 참 일관성이 없더구만.
제 목: >>2: 리보위츠를 위한 찬송.
네, 라틴어 번역 참 황당하더군요.
그리고 오늘 아침 키즈에서 리보위츠를 포함한 시공사의 번역에 대한 여러 글을 읽고 책이 답답하게 느껴진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학교에서 누가 SF 번역을 위한 모임 같은 것 하나 만들면 좋을텐데..
제 목: >>2: 리보위츠를 위한 찬송.
라틴어 번역은 안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60년대의 영어권 지식인들의 평균적인 라틴어 실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모르겠지만, 짐작에 저자가 자신이 염두에 두고 있는 독자들이 이 라틴어 문구들을 꼭 이해하기를 원하면서 삽입한 것이 아닌 것 같거든요. 그냥 '분위기를 잡기 위해' 라틴어가 있는 것이었다면 번역하면 안 됩니다. 독자에게 그냥 문맥에 의해 이해하거나, 아니면 그냥 넘어갈 기회를 주어야지요: 영어권 독자에게 주어진 것과 같은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장미의 이름'의 번역도 마찬가지인데, 이윤기씨의 번역에는 각주에 해석이 있던가요? 영어 판에는 전혀 라틴어를 번역하지 않았습니다.
Fire Deluge를 묘사하는 King James Version의 영어를 연상시키는 묘사는 번역이 매우 즐거울 것 같은 부분이었습니다. 번역하기 전에 '개역 한글판' 창세기를 한 세 번 쯤 문체에 신경을 써서 읽은 뒤에 번역해야 할 것 같은 부분이더군요.
제 목: >>3: 리보위츠를 위한 찬송.
일리가 있는 말씀이군요.
이윤기씨의 장미의 이름의 경우, 본문에는 라틴어의 한국어 음독을 적고, 각주에 그 원문과 뜻을 달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결국 본문을 읽을 때에는 영문판 독자들이 라틴어를 보았을 때와 같은 느낌을 주는 효과가 있겠죠.
그리고 제임스 왕역을 연상시킨다는 부분이 이 부분인가요?
"하느님은 노아가 살던 때처럼 자부심이 커진 인류를 시험하기 위하여 당대의 현자들에게 명령하여 예전엔 지구에 없었던 거대한 전쟁의 무기를 만들어 내도록 시켰고, 그 현자들 중에는 리보위츠도 있었다고 한다. 그 무기들은 지옥의 불과 똑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중략)..왕자들은 그렇게 어리석었다. 그리하여 불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최초로 지옥의 불이 터진 이래로 수주안에 - 어떤 사람들은 며칠 사이라고 하는데 - 상황은 끝났다. 도시들은 유리처럼 산산조각이 나버렸으며...(후략)"
음, 그렇다면 현대인의 성경판 번역이군요. -_-;;
제 목: >>4: 리보위츠를 위한 찬송.
> 이윤기씨의 장미의 이름의 경우, 본문에는 라틴어의 한국어 음독을 적고,
> 각주에 그 원문과 뜻을 달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결국 본문을 읽을 때에는
영문판
> 독자들이 라틴어를 보았을 때와 같은 느낌을 주는 효과가 있겠죠.
각주로는 부족해요. 책 뒤에 달아야 합니다. 귀찮으라고. 무하하. :)
> 그리고 제임스 왕역을 연상시킨다는 부분이 이 부분인가요?
>
> "하느님은 노아가 살던 때처럼 자부심이 커진 인류를 시험하기 위하여 당대의
> 현자들에게 명령하여 예전엔 지구에 없었던 거대한 전쟁의 무기를 만들어 내도록
> 시켰고, 그 현자들 중에는 리보위츠도 있었다고 한다. 그 무기들은 지옥의 불과
> 똑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중략)..왕자들은 그렇게 어리석었다. 그리하여
불의
> 시대가 시작되었다. 최초로 지옥의 불이 터진 이래로 수주안에 - 어떤 사람들은
> 며칠 사이라고 하는데 - 상황은 끝났다. 도시들은 유리처럼 산산조각이
> 나버렸으며...(후략)"
그 부분은 1부에 나오는 설명인데, 그쪽도 그렇기는 합니다만 제가 염두에 두고 있던 부분은 2부에서 thon이 수도원을 방문했을 때에 낭독되었던 부분입니다. 원문에는 184쪽에 있는데요, 이것은 KJV의 욥기의 시작 부분을 다시 쓴 것입니다. 모든 문구가 완전히 같지는 않고, 적당히 변주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비슷한 어휘와 느낌을 주는 대응되는 문장을 찾을 수 있고, 같은 단어나 문구도 충분히 나옵니다.
http://www.hti.umich.edu/bin/kjv-idx?type=DIV1&byte=2079883
네, 아무래도 현대인의 성경이나 공동번역 성경보다는, 개역 한글판이나 구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옛날 판을 골라서 베끼는 쪽이 훨씬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제 목: >>3: 리보위츠를 위한 찬송.
>2: 리보위츠를 위한 찬송."에서:
>
> 라틴어 번역은 안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
> 60년대의 영어권 지식인들의 평균적인 라틴어 실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모르겠지만,
> 짐작에 저자가 자신이 염두에 두고 있는 독자들이 이 라틴어 문구들을 꼭
> 이해하기를 원하면서 삽입한 것이 아닌 것 같거든요. 그냥 '분위기를 잡기 위해'
> 라틴어가 있는 것이었다면 번역하면 안 됩니다. 독자에게 그냥 문맥에 의해
> 이해하거나, 아니면 그냥 넘어갈 기회를 주어야지요: 영어권 독자에게 주어진
것과
> 같은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입니다만... (정리가 조금 안 되네요) 영어권 독자들과 라틴어의 관계가 우리와 라틴어의 관계와 같지 않기 때문에,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 독자의 위치를 같은 곳에 부여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같은 위치에 두고 싶다면 한글과 라틴어가 아니라, '라틴어'의 위치에 있는 무언가를 끄집어내서 그걸로 번역해야 하지 않을까요. 영어권 독자들이 라틴어를 보았을 때, '아, 이 쉐이,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거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어' 정도의 생각을 할 수 있다면 같은 위치에 놓으려면 우리도 비슷한 정도로 문어적인 말을 써서 번역해야 할 거 같습니다.
제 생각엔 용비어천가체나 한문 정도가 어느 정도 어울린다고는 생각하는데... (근데 무지 귀찮겠군요 -_-) 또 떠오르는 것은 '영어'입니다. 좀 심사가 뒤틀립니다만 -_-+
>
> '장미의 이름'의 번역도 마찬가지인데, 이윤기씨의 번역에는 각주에 해석이
> 있던가요? 영어 판에는 전혀 라틴어를 번역하지 않았습니다.
>
영어판에서 살바토레의 첫 대사는 어떻게 처리했습니까? 이것이 아마 이윤기판에서 단일 단락으로는 최고로 많이 각주가 달린 것 같은데. 궁금하군요. :)
제 목: >>4: 리보위츠를 위한 찬송.
영어권 독자가 아니라 심지어 로망스 제어 중의 어느 것을 쓰고 있는 독자라도
상황은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겁니다. 한국사람보다는 유리하기는 하겠지만,
따로 배우지 않은 사람의 경우는 그냥 찍는 정도겠죠.
영어판에서는 살바토레의 첫 대사도 역시 전혀 번역하지도 않았고 주석도 달지 않았습니다.
이윤기씨의 번역은 그러잖아도 대체로 괜찮지만 장미의 이름에서는 그중에서도 특히 괜찮았다고 들었습니니다만, 독자들에게 문맥이나 이런 저런 배운 것들에 의해 대충 찍어가며 읽는 재미를 빼앗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탈리아 어를 읽을 수가 없으니 원문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영어 판만 볼 때에
번역의 질은 상당히 괜찮습니다. 모르기는 해도 대강 이탈리아 인이 원문을
읽는 경험과 대강 대응될 만한 경험을 시켜준다고 할 수 있는 번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탈리아어:
Penitenziagite! Vide quando draco venturus est a rodegarla l'anima tua! La mortz est super nos! Prega che vene lo papa santo a liberar nos a malo de todas le peccata! Ah ah, ve piase ista negramanzia de Domini Nostri Iesu Christi! Et anco jois m'es dols e plazer m'es dolors... Cave el diabolo! Semper m'aguaita in qualche canto per adentarme le carcagna. Ma Salvatore non est insipiens! Bonum monasterium, et aqui se magna et se priega dominum nostrum. Et el resto valet un figo seco. Et amen. No?
영어:
Penitenziagite! Watch out for the draco who cometh in futurum to gnaw your anima! Death is super nos! Pray the Santo Pater come to liberar nos a malo and all our sin! Ha ha, you like this negramanzia de Domini Nostri Jesu Christi! Et anco jois m'es dols e plazer m'es dolors.... Cave el diabolo! Semper lying in wait for me in some angulum to snap at my heels. But Salvatore is not stupidus! Bonum monasterium, and aqui refectorium and pray to dominum nostrum. And the resto is not worth merda. Amen. No?
위의 영어(?) 번역은 재미있는 것이, 자세히 보면 정확히 이탈리아 어 부분만 영어로 옮긴 것이 아닙니다. 대체로 그렇기는 한데, 예를 들자면 원문의 'Vide quando draco venturus est' 부분은 라틴어이고, 아마도 이탈리아 어가 아닐 것 같은데도 영어로 번역되어 있고, 번역문의 거의 마지막 문장은 'is not worth merda'라고 영어가 아닌 낱말이 끼어 있는데 이 merda는 원문에 없습니다.
제 목: >>4: 리보위츠를 위한 찬송.
갑자기 떠오른 생각입니다만... (정리가 조금 안 되네요)
영어권 독자들과 라틴어의 관계가 우리와 라틴어의 관계와 같지 않기 때문에,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 독자의 위치를 같은 곳에 부여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같은 위치에 두고 싶다면 한글과 라틴어가 아니라, '라틴어'의 위치에 있는 무언가를 끄집어내서 그걸로 번역해야 하지 않을까요. 영어권 독자들이 라틴어를 보았을 때, '아, 이 쉐이,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거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어' 정도의 생각을 할 수 있다면 같은 위치에 놓으려면 우리도 비슷한 정도로 문어적인 말을 써서 번역해야 할 거 같습니다.
-----
이윤기씨가 역자 후기에서 비슷한 말을 했죠 아마? 유럽 언어의 독자에게는 소설에 난무하는 라틴어를 비롯한 언어들이 낯설기는 해도 어느 정도 뜻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지만, 한국어 독자에게는 전혀 그런 것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주석을 달아 주어야만 할 것이다...
제 경우도 아마 장미의 이름을 읽으면서 그 수많은 각주가 없었다면 무지 답답했을 겁니다. 저는 모르는 라틴어 (그리스어, 불어, 독어, 등등.. 근데 얘들도 나왔었나?) 구절을 보고 사전을 뒤져서 "이게 무슨 뜻이지?" 하고 알아낼 만큼 성실한 독자가 아니거든요. :p
비슷한 상황인지 잘 모르겠지만, 예컨대 한국어로 쓰여진 무협지에서 "아니 저것은 실전된 것으로 알려진 비천검법이 아닌가!" 뭐 이런 문장이 나왔을 경우 (비천무에 아마 비슷한 게 나오죠? 얼마전에 시험때임에도 불구하고.. 아니 시험때라서... 선배꺼 빌려서 다 읽었음. -_-) 이걸 영어로 옮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Bi-cheon- geom-beob으로 옮기면 제대로 옮겼다고 할 수 있을까요?
좀 더 현실적인 예로는 전에 켄신 추억편을 봤는데, 1편이 영어자막이었습니다. 정말 이해 안되더군요. -_- 특히 그 중에 Mitsuragi-ryu(?) 뭐 이런 표현이 여러번 나오는데, 저게 도대체 무슨 소릴까... 아무리 봐도 감이 안 옵디다. 근데 2편부터 한글 자막을 보니 '어검류(御劍類던가?)'라고 하더군요. 감이 딱 오죠. 여기서 '어차피 일본(한국) 독자들도 무슨 말인지 정확히 모를꺼야.' 하면서 그냥 발음대로 써 버리는 것은 아무리 봐도 친절한 번역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제 목: >>5: 리보위츠를 위한 찬송.
뭐, 관점의 차이겠지만, 영어권 독자가 어느 정도까지 라틴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라틴어 문장의 뜻을 찍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저는 약간 회의적입니다. 첫 문장이
아마 Eris sacerdos in aeternum이던가요? 짐작에 다수의 영어 독자는 aeternum이
eternal, eternity 등과 상관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것 이상을 파악할 것 같지
않군요. 그것조차 확신하지는 못할 테고요.
sacerdos가 sacred와 약간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이 사제라는 뜻으로 쓰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지... 전체 문장이 무슨 뜻인지는 문맥에 의해서 찍을 수는 있어도 상식에 의해 그 문장 안에 들어 있는 정보만으로 찍을 수는 없을 겁니다.
이탈리아인의 경우 사정이 좀 더 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큰 차이는 없을 겁니다.
Eris sacerdos in aeternum의 뜻을 직접 파악하지는 못하더라도 소설을 읽는 데에 지장은 없습니다. 아드소는 친절하게도 바로 다음 문단에서 수도원장과 윌리엄 사이에 어떤 성격의 대화가 오간 것인지 부연 설명을 해 주거든요. 이런 식이죠. 그냥 넘어가도 큰 상관은 없거나, 아니면 문맥에 의해, 정확한 문장의 뜻 까지는 아니더라도 대강 어떤 성격의 대화이거나 말인지를 알고 넘어갈 수 있는. 수도원장이 고백성사의 과정에서 무언가를 들었기 때문에 말을 못 했고, 윌리엄이 그것을 눈치채고는 그 문장을 말함으로서 자신이 이해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정도를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고, 그 정도로 충분합니다. 이런 종류의 '답답함'과 찍고 넘어가는 것은 이 소설의 일부인 것 같습니다. 매번 그 쪽의 밑에 붙은 각주에 의해 답답함이 해소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종류의 경험입니다.
아니, 제가 영어권에서의 에코 나이 또래 세대가 받은 라틴어 교육을 너무 평가절하하고 있는 것인가요? :) 그때만 하더라도 20세기 초와는 양상이 많이 달랐을 것이라는 것이 제 짐작입니다.